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Visible and Invisi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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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6

시각을 통해 들어온 정보들은 일단 뉴런에 저장된다. 그리고 기존에 저장되어 있는 뉴런과 맥락이 맞는 뉴런들이 연결되면서 사고가 확장되고 새로운 정보를 생성해 낸다.


양질의 비주얼을 아웃풋을 하려면 당연히 양질의 비주얼을 인풋 해야 한다. 때로는 비주얼 그 자체가 말이 되기도 하고 글이 되기도 한다.



# Visible

멋진, 아니 멋지게 보이는 비주얼은 성공을 가져온다. 압구정 도산공원 근처에는 제니 안경으로 유명한 젠틀몬스터의 플래그십 스토어인 하우스 도산이라는 건물이 있다. 이 건물에는 특이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건물벽에 포토존이 있다는 것이다. 더 신기한 부분은 건물벽이 원래 포토존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다만, 비주얼적으로 멋지게 건물 외벽을 꾸며놨을 뿐이다.


하우스 도산 앞에는 매일같이 새로운 사람들로 붐비는데 하나같이 예쁘게 꾸며놓은 건물 외벽을 배경으로 너도나도 사진을 찍어댄다. 아마도 찍어댄 사진들은 전파를 타고 인스타그램이라는 공간을 부유하겠지.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멋지다고 생각되는 공간에서 사진을 찍고 자랑질을 해다는 것일까?


인간의 뇌 중, '대뇌변연계'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인간의 감정, 동기부여, 감각, 행동 등 본능적인 행동을 담당하는 곳이다. 인간은 생존을 위한 본능을 디폴트로 탑재하고 있다. 먹고, 자고, 마시고, 싸고(?)하는 본능적인 행동들은 모두 인간의 생존을 위한 행동들이다.


우리가 시각적으로 멋진 비주얼을 추구하고 자랑하는 것은 지극히 본능적인 행위이다. 멋진 비주얼을 추구하는 인간의 심리는 생존을 위한 공격성의 발현인 '우월성'또는 '우월적 지위'를 얻으려고 하는 것과 같다. 비주얼이 중요한 이유다.


# Invisible

유물론을 경계하자. 유물론은 실제로 존재하는 물질에 가치를 두는 이론이다. 여기서 '존재'의 범위란 보통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등 인간이 직접 느낄 수 있는 감각의 영역이다. 유물론은 1차원적이며 직관적이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것들을 근거로 판단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물론은 종종 오류를 야기시킨다. 가령, 인간의 눈을 통해 보이는 것들이 모두 객관적 사실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착시'와 같은 사례만 보더라도 인간의 시각적 능력이 얼마나 오류 투성인지 잘 알 수 있다.


보이는 것들을 경계해야 한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수시로 '캐모플라쥬'한다. 경극의 연기자처럼 매 순간 가면을 바꿔 쓴다. 약점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자기 방어기제를 작동시킨다. 시각적인 것을 사실인 양 그대로 믿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사기꾼들은 시각의 힘을 잘 알고 있으며 적재적소에 능수능란하게 시각의 힘을 활용한다. 인생의 사기꾼들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스스로의 판단기준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판단기준의 영역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은 아날로그적인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다. 일단 보이는 것들을 많이 시각적으로 경험하고 생각을 통해 사유한다. 시각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인풋 된 정보들을 사유의 활동을 통해 의식적으로 연결해 보자. 시각정보가 가진 한계와 맹점을 조금은 극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