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은 간판을 설명하는 매개체의 히스토리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간판은 최소한 간판을 달고 있는 매개체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간판은 어떤 간판일까? 기사의 헤드라인, 책 제목, 브랜드명도 일종의 간판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간판은 광고에서 많이 사용되는데 물리적으로 한정된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이끌어내야 하는 미션이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두 명의 광고인이 있다. 한 사람은 직설적인 광고로 유명한 데이비드 오길비이고 나머지 한 사람은 은유적인 광고의 대표주자인 빌 번벅이다. 둘의 광고 스타일은 직구와 변화구처럼 극적으로 다르다. 데이비드 오길비는 직관적으로 광고의 헤드카피나 내용이 한눈에 들어오게 큰 폰트, 큰 이미지를 즐겨 쓴다. 그리고 고객들이 얻는 베네핏에 대해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반면에 빌 번벅은 여백을 자주 활용하는데 상대적으로 작은 카피와 작은 이미지를 활용하여 주목도를 높인다. 빌 번벅의 광고는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아내고 광고 크리에이티브 자체에 집중하게 만드는 특징이 있다.

데이비드 오길비가 1차적인 인지와 주목에 집중했다면 빌 번벅은 인지와 주목을 넘어 광고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조금 더 관여하게 만들었다. 광고계의 양대산맥인 오길비와 번벅의 광고 스타일이 너무나도 다른 나머지 업계에서는 둘의 광고 스타일 중 어느 광고가 정답에 가까운지에 대해 많은 논쟁을 벌였다.

이에 대한 정답은 없다. 업종에 따라 매체에 따라 상황에 따라 취사선택하면 될 일이다. 가령, 반복 노출이 중요한 저관여 제품일 경우 오길비의 전략이 유리한 면이 있고 제품에 대해 능동적으로 탐색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고관여 제품일 경우 번벅의 전략이 더 낫다는 세간의 평이 있다.

간판은 후광효과를 일으키며 신뢰와 연결된다. 후광효과란 어떤 사물이나 사람을 평가할 때 특정한 배경이 그 사람의 전체적인 평가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마케팅에서 ISO 인증이니 FDA 승인이니 혹은 저명한 인사의 추천, 연예인 모델의 기용, 고학력 기업 대표자의 출신학교 등의 간판은 사람들에게 후광효과를 일으키고 호감의 심리적 기제를 작동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