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방법 (부제 : 불균형은 인간의 생존확률을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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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6

돈을 버는 방법은 간단하다. 세상의 불균형을 찾아 균형 상태로 돌려놓으면 된다. 예를 들면 결핍, 아픔, 혼란 등의 불균형을 책임, 치유, 안정 등의 균형 상태로 만들어주면 된다. 돈이 없는 상태가 '결핍'의 불균형 상태라면 돈이 있는 상태는 '채움'의 균형 상태다. 병이 생겨 '아픔'이라는 불균형 상태에 놓이면 병을 치료해서 '회복'이라는 균형 상태로 돌려야 한다. 의사는 아픔의 불균형을 회복의 균형 상태로 돌려놓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일은 가치다. 혜택을 받는 사람이 많아질수록(양/ex. 동, 구, 시, 도, 전국, 세계/대중성) 그리고 혜택의 깊이가 깊어질수록(질/ex. 돈, 명예, 건강, 생명/희소성) 가치는 커진다. 부는 가치를 좋아한다. 부는 가치를 따라다닌다. 부를 얻는 것은 경제적 균형 상태에 놓임을 뜻한다.

하지만 균형은 항상 깨질 준비가 되어있다. 언제든지 불균형 상태가 될 수 있다. 인간은 불균형 상태를 본능적으로 싫어한다. 불균형 상태는 인간의 생존확률을 낮추기 때문이다. 인간은 불을 발견함으로써 생존확률을 높였다. 높아진 생존확률은 인간의 번식률(?)을 향상시켰고 번식률의 상승은 노동력의 증가로 이어졌다. 증가된 노동력은 사냥과 수렵, 채집 생활에서 농경생활의 변화로 이끌었다. 농경생활의 변화는 안정적인 식량의 수급으로 이어졌고 인간의 생존확률을 다시금 한 번 더 높여주었다.(물론 식량과 농경지를 빼앗기 위한 '전쟁'이라는 인류 최악의 발명품이 탄생하면서 예측 가능한 균형 상태에 놓여있던 인간의 생존확률은 다시 예측 불가능한 불균형 상태로 돌아갔다.)

그래서 사람들은 항상 불균형이라고 인지하는 것들을 균형 상태로 돌려놓으려 한다. 예를 들면 빚을 지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마음이 불균형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빚을 지게 되면 무조건 빚을 갚아서 부채의식을 없애고 균형 상태로 돌려놓아야 마음이 편하다.

부자는 시스템을 만들고 빈자들은 부자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 속에서 시간과 노동을 투여한다. 부자는 시스템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경제적 균형 상태를 유지시킨다. 그리고 빈자들이 시스템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수시로 시스템 업데이트를 진행한다. (빈자들이 시스템을 만들고 파괴할 수 있는 핵심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한다.)

시스템 업데이트의 예를 들면 부자는 빈자들이 다른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시스템을 파괴하거나 빈자에게 유리하게 프로그램을 변경하는 행위) 육체적 또는 정신적 노동을 극대화하게 하여 에너지를 소모하게 한다. (흔히 말하는 '생산성'같은 개념이다. '쿠팡'이나 '아마존'을 떠올리면 되겠다. 빈자들 역시 이에 대항하여 '멍 때리기 운동'같은 것을 하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그리고 부자는 빈자들에게 늘 불균형을 선사한다. 대표적인 예가 '신용도'라는 미명 하에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하는 것이다. (요즘에는 선구매 후결제 'BNPL(buy now pay later)'라는 업데이트 버전으로 불균형을 유도하고 있다.) 우리가 신용카드를 쓰는 것은 스스로를 불균형 상태로 만드는 것과 같다. 빈자들은 카드값을 갚기 위해 시스템 속 쳇바퀴를 열심히 굴려댄다.

부자는 시스템을 만들고 빈자들은 부자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이용한다. 부자는 시스템 속 사람들로 하여금 시스템을 이용하게 하고 이용료를 받아낸다. 빚을 지게 만든다. 시스템의 혜택을 받는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시스템 운영자인 부자에게 빚을 지는 것과 같다. 빈자들은 시스템 혜택의 빚을 갚기 위해 시스템 속에서 개인의 시간과 노동을 갈아 넣는다. 이처럼 시스템은 사람들의 부채의식을 통해 굴러간다. 그리고 시스템 속 사람들은 어느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젊은 시절의 패기는 잊고 시스템에 적응하고 순응하며 살아가기 시작한다. 죽을때까지 갚지 못한 시스템 이용료는 자식들에게 연좌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은 계속 상승하고 있으며 금리도 미친 듯이 오르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물가 역시 고공행진 중이며 현금의 가치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높아진 불확실성은 경제적 균형과 안정을 무너뜨리고 있다. 여전히 세계 패권국가로 자리하고 있는 미국과 그의 아성에 도전하는 중국.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기존 세력과 균형을 깨뜨리려는 신흥세력. 역사는 항상 기존의 강자와 그를 뛰어넘으려는 신흥 강자의 부딪힘 속에 발전해왔다.

지금은 불균형의 시대다. 이러한 불균형 상태가 계속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다시 균형 상태로 돌아가는 데에 얼마나 걸릴지는 예측불가다. 영웅은 난세에 탄생한다고 했던가? 반전과 전복은 항상 불균형 상태에서 일어났다. 어쩌면 작금의 불균형 시대가 현재 경제적 불균형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천재일우와 같은 빅찬스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