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1D1V
2023-03-06

오늘날 인터넷의 발달로, 웬만한 정보에 대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과거에는 정보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권력이고 돈이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하지만 이러한 정보의 벽이 낮아지면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무너졌고 이는 현대사회에서 누구에게나 권력과 부를 가질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열어주었다. 마치 만화 '원피스'에서 대해적의 시대가 열린 것처럼 대부호의 시대가 열렸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탈중앙화, 초개인화 시대에 살게 된다. 과거 산업혁명이 육체노동의 자유를 가져왔다면 오늘날 4차 산업 시대는 인공지능의 발달로 지적 노동의 자유를 가져오게 된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2014년 겨울, 시그너스 호텔. 포항제철 엔지니어로 40년 가까이 근무하신 아버지의 정년 퇴임식이 있던 날이다. 가족대표로 축사를 맡은 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 산업발전에 청춘을 바치고 헌신하신 아버지의 삶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끝으로,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께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아버지! 저도 지난달에 퇴사했습니다. 미리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해요. 내년 1월 5일에 창업을 합니다.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려요." 순간, 장내는 술렁거렸고 이내 걱정 섞인 가벼운 웃음과 함께 박수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오늘, 창업을 선언했던 아들은 깊은 고민에 휩싸여있다.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 노동자에서 자본가로 변신한 5년간의 삶이 그의 철학과 신념, 가치관을 바꾸고 흔들어놓았다. 그 이유는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시스템을 만들지 못한 자본가는 '생산수단만 가진 노동자'와 다름없다. 대표적인 예가 프리랜서다. 


자본가의 진정한 의미는 생산수단을 통해 자본이 굴러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들고 이 시스템이 문제없이 작동하게 하는 사람을 뜻한다. 다시 말해, 자본가가 가진 생산수단에서 노동자들은 노동을 제공하고 생산물을 산출해낸다. 그리고 자본이라는 대가를 받는다. 산출해낸 생산물들은, 노동자들이 노동력을 제공하고 받은 자본으로 다시 소비함으로써 자본가는 자본을 벌어들이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물질 시대의 꽃이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해결되고 기술과 디바이스의 발전으로 사회는 점차 투명해져 갔다.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이 교황의 권위를 약화한 것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통한 지식과 정보의 자유로운 접근은 자본주의 시스템을 결국 무너뜨릴 것이다. 그 이유는 부의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부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의식을 지닌 똑똑한 사람들(지식과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이 다수 출현하게 되고 이러한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자본주의 시스템에 균열이 생기게 된다.


육체노동의 자유를 주었던 1차산업혁명 시대에 이어, 지적 노동의 자유를 가져다주는 4차 산업혁명 시대까지. 자본주의는 빠르게 성장했고 급격하게 몰락하는 중이다. 생각해보자. 육체노동과 지식노동이 모두 기계와 로봇,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시대가 온다고 말이다. 노동을 제공하지 못하는 인간은 어떻게 자본을 획득할 것인가? 자본이 없는 노동자들, 노동자들이 생산물을 소비하지 못하는 시대가 도래했을 때, 자본가들이 견고하게 구축해놓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과연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을까? 


공급이 수요보다 압도적으로 많아지는 시대가 올 것이다. 기계와 로봇,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노동력은 단위당 생산단가를 급격하게 낮추어서 결국은 생산물의 가치가 0으로 수렴하게 될 것이다. 생산물의 가치가 0이 되면 생산물을 만들어내는 생산수단의 가치도 0이 된다. 생산물과 생산수단의 가치가 0이 되면 누구나 생산수단과 생산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 말이 함의하고 있는 바는 대단히 크다. '능력'에 따라서 자원이 분배되는 것이 아닌, '필요'에 의해 자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뜻한다. 100년 전, 마르크스가 주장했던 부분이다. 우리가 공유경제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올까? 이 물음에 대한 나의 대답은 'Yes'이다. 앞서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와 기술, 디바이스의 발달로 사람들이 똑똑해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똑똑해진 사람들은 유한한 인생에서 조금이라도 더 지적이고 정신적으로 만족하는 삶을 추구할 것이다. 똑똑한 사람이 노예로 살아갈 리 만무하다. 우리는 현재, 물질주의 시대의 끝자락에 살고 있다. 생산물의 공급이 무한대로 이루어지는 시대로 가고 있다. 당연히 비물질적인 것들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에 요가와 명상 같은 프로그램이 유행하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노동이 없어진 세상에서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결국 크리에이트.


마치 신처럼 창작활동을 하면서 이를 통해 살아가는 삶으로 변할 것이다. 창작을 한다는 것은 결국 1인 비즈니스를 하는 것과 같다. 1인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은 결국 개인의 경험과 영향력을 파는 것이다.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오스카 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은 시상식에서 경쟁작 '아이리시맨'의 감독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는 스코세이지의 감독의 말을 듣고 영화의 꿈을 키웠다.'" 고 말이다.